국내사업 [2024 한겨례 나눔꽃 캠페인(2차)] 앞 못 봐도, 못 씹어도...귀여운 도형아, 엄마 소원은 단 하나야

2024.11.05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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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한겨례 나눔꽃 캠페인(2차)] 앞 못 봐도, 못 씹어도...귀여운 도형아,

엄마 소원은 단 하나야

 

 

한겨례 나눔꽃 캠페인

출생 15일 만에 세균성 뇌수막염 도형이

 

 

“짠! 우리 도형이는 짱구를 닮았어요.”


엄마가 도형이 얼굴 옆에 짱구 인형을 댔다. “정말 짱구 같죠?” 눈을 감은 도형이는 반응이 없다. 짱구 인형을 치우자, 짱구를 닮은 도형이는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꼬끼오, 해가 떴어요. 모두 모두 일어나세요.” “아아.” “둥근 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꼬꼬꼬꼬, 꼬꼬닭이에요.” “아아아아.”


선생님이 도형이를 붙잡고 동화 구연을 시작하자 도형이가 ‘아’ 소리를 길게 내며 반응했다. 염소와 고양이 등 갖가지 동물 울음소리를 들려줄 때면 후드득 놀라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손으로 색연필을 쥐고 그림도 그렸다. 도형이의 눈은 감겨 있었다. 늘 눈을 감고 있어 자는 건지 알아채기 어렵다.


지난달 29일 오후, 대구시 북구 침산동에 있는 도형이의 집에 대구교육청 소속 특수교육 선생님이 방문 순회교육을 왔다. 한주에 두번 만나는 선생님이다. 만 5살인 이도형은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중증장애 아동이다. 일어서지 못한다. 누운 채로 몸을 뒤집지 못한다. 목을 가누지 못한다. 게다가 눈으로는 볼 수 없고, 입으로 음식을 섭취하지도 못한다. 말은 더더욱 못한다. 이런 도형이를 엄마 신현정(33)씨가 하루 24시간 돌본다. 한겨레는 현정씨와 29일 한나절을 함께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2.1kg으로 태어나 보름 만에 뇌수막염 진단

 

현정씨는 2019년 4월의 그날 밤을 잊지 못한다. 태어난 지 보름 되던 날 도형이가 고열이 나 소아과 병원을 다녀왔다. 그래도 열이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자정에 갑자기 거품을 물고 경기를 일으켰다. 거의 호흡이 멈춘 상태로 대학병원에 도착해 심폐소생술을 받아 간신히 살아났다. 출산 이틀 전 갑자기 현정씨의 혈압이 높아져 임신중독증 진단을 받았고, 도형이가 2.1㎏의 저체중으로 태어나 걱정이 컸지만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도형이는 세균성 뇌수막염 진단을 받았다. 고열 등으로 뇌 손상을 입었는데 응급조치가 빨리 이뤄지지 않아 뇌를 감싸는 조직에 염증이 생겼다고 했다. 당시 거주하던 대전의 종합병원에서 70일간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뇌척수에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병은 더욱 악화했다. 뇌수막염은 뇌출혈·수두증·뇌성마비·뇌병변·뇌전증으로 이어졌다. 갈수록 태산이었다. 뇌 손상 후유증으로 시신경이 손상돼 앞을 볼 수 없게 됐고, 음식물을 입으로 삼킬 수 없는 ‘연하 곤란’까지 와 콧줄을 써야 했다.

 

 

“도형이 너무 잘하네. 고개 똑바로 들고.”


도형이가 엎드린 자세를 취했다. 집에서 1㎞ 거리의 운동발달센터에서 물리치료를 받는 시간이다. 선생님이 뒤에서 도형이의 두 팔을 당겨 잡아 바닥을 짚게 하고 고개를 번쩍 위로 들게 했다. 팔과 다리를 풀어 쭉쭉 펴주고 구르고, 여러 다양한 동작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여전히 도형이는 별다른 표정이 없다. 선생님은 “고개를 들라”고 했지만, 도형이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 그저 눈을 감고 선생님이 하는 대로 따라올 뿐이다.


“눈을 뜨는 것도 근육 운동인지, 아니면 보이는 게 없어서인지 도형이는 거의 눈을 감고 지내요. 말을 못하니 의사 표현도 할 수 없어요. 울어도, 왜 우는지 알 수 없잖아요. 제가 눈치껏 보고 기저귀를 갈아야 할지, 물을 줘야 할지 판단하는 식이에요.”


뇌수막염 진단을 받은 도형이는 뇌압이 너무 높아 위험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뇌실과 복막 사이에 얇은 튜브를 삽입해 뇌척수액이 순환되도록 하는 ‘션트 수술’을 해야만 했다. 머리에 일종의 기계를 심은 셈이다. 뇌척수액을 복강으로 보내 몸에 흡수하도록 하는 장치다. 현정씨는 “도형이 뱃속을 엑스레이로 찍어보면 선이 많이 보인다”고 했다. 

 

 

3년 전인 2021년에는 대구 동산병원에서 튜브를 통해 약물이나 영양소를 전달하도록 위를 묶고 당긴 뒤 배에 구멍을 뚫어 연결하는 위루관 수술도 했다. 콧줄 사용의 이물감을 덜게 해주려는 거였다. 한데 도형이는 그 직후 무엇이 불편한지 한달 정도를 밤낮으로 울었다.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였어요. 얼마나 심란하고 우울했는지. 다시 콧줄로 바꿔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신기하게도 어느 날부터 도형이가 적응했어요.”


도형이는 구강 재활 훈련도 받는다. 소량의 과일즙으로 구강 마시지를 하고 맛만 보는 정도다. 위루관으로만 음식물을 섭취해 입으로 씹을 일이 없다 보니 이빨에 힘이 없다. 벌써 이빨이 3개나 빠졌다. 앉고 서기가 안 되고 누워만 있는 바람에 고관절 부위도 자꾸 빠진다. 현재 30% 이상 탈구됐는데, 50% 이상 탈구되거나 아이가 아파하면 수술을 할 수도 있다. 운동발달센터는 물론 병원 외래와 입원 병동에서 어떻게든 한번이라도 더 물리치료와 재활훈련을 받으려는 이유다.


2018년 7월, 백화점에서 판매 일을 하던 현정씨는 직업군인이었던 남편 이동주(33)씨를 만나 결혼했다. 도형이가 조금 일찍 태어나면서 신혼 기간은 짧게 끝났다. 게다가 아이의 장애로 가계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남편은 군대에서 나와 영업 파견직으로 새 직장을 얻었다. 대전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으나, 진료받는 병원과 가까운 대구로 옮겨야 했다. 남편은 울산에서 근무하는지라 주말부부로 지낸다. 그나마 현정씨 여동생이 도형이를 돌보는 데 힘을 보태줘 숨통을 텄다. 

 

 

 

저체중아 지원도 종료...의료비 부담에 휘청

 

위루관으로만 액체로 된 영양분을 섭취하는데도 도형이의 덩치는 또래보다 오히려 크다. 키가 110㎝에 가깝고 몸무게는 18㎏이라고 한다. 이제는 안기 버거운 무게다. 갈수록 커지는 도형이의 몸만큼 도형이에게 들어가는 비용도 불어난다. 병원에서 하는 재활치료비가 한달에 30만~40만원이고, 위루관 피딩 줄 등 의료소모품 비용이 또 그만큼이다. 매일 10번씩 갈아주는 기저귀 값도 20만원 가까이 든다. 아이가 움직이지 못하다 보니 유아차 같은 특수 보조기기에 태우고 다녀야 하는데, 가격이 100만원에서 200만원이다. 이마저 성장할 때마다 바꿔줘야 한다. 바우처 카드 지원을 일부 받지만 태부족이다.

 

앞으로 정말 문제는 의료비다. 도형이가 저체중아 본인 부담 경감률 혜택을 받아 만 5살까지는 외래진료비의 5%만 냈지만, 올해 4월부터 5살이 넘어 다 내야 한다. 당장 큰 수술은 없지만, 재활의학과에서 션트 수술과 위루관 등을 분기별로 추적 관찰하기에 언제 큰 비용이 나갈지 아슬아슬하다.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 제가 복직을 못 해 남편 수입에만 기대고 있어요. 매일 무거운 아이를 안다 보니 허리도 신통치 않아 병원을 찾고요.”

 

원래 외향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이었던 현정씨는, 지금도 그렇다. 환한 표정만 보면, 그 어떤 구김살도 없이 살았나 느낄지도 모른다. 밝은 얼굴로 인터뷰에 응하던 현정씨는 “시설로 보내는 부모들도 많다”는 말을 꺼내자 멈칫하더니 눈시울을 붉히며 울먹였다. “맞아요. 걱정되는 건 저희 부부가 늙어서 도형이를 못 돌보게 되면 시설로 가게 될까 봐, 그게 가장 큰 걱정이에요.”

 

엄마랑 똑 닮은 웃음..."아이가 목만 가눴으면"

 

눈을 감고 무표정할 때가 많지만, 도형이도 웃는다. 시각이 안 좋은 대신 청각이 예민해 좋아하는 소리나 음악을 들려주면 즐거워한다. 소리가 또박또박 들리는 뽀로로나 코코비 같은 동요에 반응을 잘한단다. 그런 도형이를 보면서 현정씨도 웃을 때가 많다. “자고 일어날 때 예쁘죠. 또 저랑 닮아서 웃겨요.” 도형이는 말도 옹알이밖에 못 하지만, 엄마는 거기에서 고저장단의 미세한 차이를 느끼며 대견해한다. 침을 튀기면 침을 튀기는 대로 귀엽다.


현정씨는 감사하다고 했다. 병원에서 만난 수녀님과 친해져 천주교 세례를 받고 신앙의 힘을 얻었다. 특수교육 방문 선생님을 만나게 된 일도 감동이다. 도형이가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너무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아팠던 것에 비하면 도형이 컨디션이 좋은 편이에요. 감기만 안 걸리면 더 바라는 게 없겠어요.”


그래도 바라는 게 없지는 않다. 딱 하나. 도형이가 목이라도 가눴으면 좋겠다. 목만 가눠도 침 삼키는 게 수월할 것 같아서다. 침을 삼키지 못하고 뱉다 보니 얼굴에 염증이 생긴다고 한다. 도형이는 목을 가눌 수 있을까. 의사 선생님은 “알 수 없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물었다. “장애인이라고 제발 불편하고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정부에서 지원도 더 많아졌으면 해요. 지금도 지원이 많다면 많은데, 부족해요. 뭔가 그런 게 나아져야 저희도 힘내서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중증장애 아동 가족마다 고군분투를 하고 있어요.”


현정씨는 ‘고군분투’라고 말하다가, 기어코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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