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초록우산은 서영석 국회의원과 「가족돌봄아동·청소년·청년 지원법안」 발의에 맞추어 법안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함께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가족돌봄아동의 존재에 무관심했고, 국회에서는 지원법안의 논의가 더디게 진행됐습니다. 그래서 초록우산은 국회에 가족돌봄아동의 존재와 지원법안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가족돌봄과 함께 사진전을 준비했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간을 필름 카메라로 담는 가족돌봄아동
#1. 가족돌봄의 경험을 사진과 글로 전한 <21명의 보호자가 된 아이들>
“카메라를 받아들고 어떤 사진을 찍을까 고민했어요.
일상을 담은 사진 속 저는 매일 밥을 짓고, 설거지하고, 또 빨래를 하고 있었어요.
평소에 돌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상들이 사실은 모두 돌봄이었어요.”
- 가족돌봄아동 작가의 이야기 中
가족돌봄 경험을 가진 21명은 작가로서 9월 한 달 동안 자신의 상황을 필름 카메라로 담고, 그 감정을 일기로 썼습니다. 보호받아야 할 시기에 누군가의 보호자로 살고 있지만, 스스로 가족돌봄아동인지 몰랐기에 돌봄의 일상을 기록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나와 같은 어려움, 앞으로 어려움을 겪을 누군가를 생각하며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한 아동은 작가 활동을 통해 빨래, 설거지, 요리 같은 집안일부터 병원에서 간병하는 자신의 일상을 사진으로 담고 글로 적으면서, 그동안 무심했던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사진전을 관람하는 시민들의 모습
「보호자가 된 아이들의 하루」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사진전은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3일간 국회의원과 국회 관계자 그리고 일반 시민 등 누구나 볼 수 있게 전시됐습니다.
전시를 관람한 서영석 국회의원은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 또는 장면이 주는 강력한 울림이 있다”라며 사진전이 계기가 되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관람 소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2. 가족돌봄아동이 전하는 필름 사진전 <보호자가 된 아이들의 하루>
11월 18일 아침, 사진전의 시작을 알리는 개회식이 열렸습니다. 사진전을 주최한 강선우·서영석 국회의원과 초록우산 황영기 회장을 비롯해,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 소병훈·전진숙·김선민·이주영 국회의원 그리고 두 명의 가족돌봄아동 등 많은 분이 모였습니다.
사진전의 개회를 알리는 컷팅식
개회사를 진행하는 (좌) 서영석 국회의원 (우) 강선우 국회의원
「보호자가 된 아이들의 하루」 개회식에 참여한 국회의원은 가족돌봄아동의 어려움과 지원 필요성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면서 이들을 위한 법안 제정에 힘쓸 것을 한목소리로 다짐했습니다.
- 서영석 국회의원
: 아이들이 가족돌봄의 무게를 홀로 짊어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할 때입니다.
- 강선우 국회의원
: 가족돌봄아동들의 하루 속에 쉼표가 찍힐 수 있도록, 아이가 아이처럼 자랄 수 있도록 진심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박주민 국회의원
: 보건복지위원장으로서 가족돌봄아동 지원법 제정을 열심히 돕겠습니다.
- 소병훈 국회의원
: 가족돌봄아동이 희망을 끈을 놓지 않도록 힘을 함께 하겠습니다.
- 김선민 국회의원
: 조금은 괜찮은 오늘, 오직 나를 위해 꿈꿀 수 있는 내일을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이주영 국회의원
: 가족돌봄아동이 외롭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국회가 힘을 보태겠습니다.
- 전진숙 국회의원
: 가족돌봄아동이 혼자가 아니도록, 여러분 곁에 함께 하며 응원하겠습니다.
가족돌봄아동이자 작가로 참여한 ‘은서’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당연하게 가족을 돌보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제가 가족돌봄아동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저와 같은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라며 국가와 사회의 행동을 촉구했습니다.
#3. 국회를, 국회의원을 울린 <보호자가 된 아이들의 목소리>
개회식 이후, 「보호자가 된 아이들의 하루」 사진전 도슨트가 이어졌습니다. 특별히 가족돌봄청년 당사자인 이주빈 아나운서가 도슨트로 함께 했습니다. 사진에 담긴 가족돌봄아동의 일상을 더욱 깊이 알아가는 시간으로, 도슨트 진행 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많았는데요. 어떤 이야기들이 있었는지 여러분에게 전해드립니다.
「보호자가 된 아이들의 하루」 도슨트
Part 1. 케이체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동들의 숨겨진 일상 '가족돌봄아동을 아시나요?'
초록우산에서 만난 가족돌봄아동의 절반은 스스로 가족돌봄아동인지 모르고, 주변에서 알아봐 주지 못했기에 홀로 가족돌봄의 무게를 감당하고 있습니다. 사진작가 케이채는 초록우산과 함께 돌봄 하는 아동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돌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할머니를 돌보는 아동 또는 엄마와 동생을 돌보는 아동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돌봄아동이 숨어있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 주변 어디든 곳곳에 함께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Part 2. 가족돌봄아동의 눈으로 바라보는 돌봄의 하루 '나의 돌봄은 서투르다'
‘간병, 돌봄, 집안일’이라는 키워드로 가족돌봄아동이 촬영한 돌봄의 모습들이 전시된 공간입니다. 집안일부터 어린 동생을 돌보거나 병원에 입원한 할머니를 간병하는 모습 같은 가족돌봄아동의 다양한 하루가 담겨있습니다.
또, 가족돌봄아동이 돌봄을 하며 직접 쓴 일기가 함께 전시됐습니다. 가족을 돌보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이 가장 힘든지 등 그동안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글로 전했습니다.
Part 3. 누군가의 보호자로 살아가는 가족돌봄아동의 마음 '보이지 않는 돌봄의 끝'
가족돌봄아동에게 돌봄의 끝이 언제인지 물어보면 상당수가 대답하기 어려워한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 돌봄을 해왔기에 돌봄 하지 않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고, 또 돌봄의 끝은 이별임을 알기에 쉽게 이야기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학교가 끝나고 집안일을 해야 하는 상황, 돌봄을 끝낸 후 홀로 책을 읽는 시간. 그리고 돌봄을 해도 좋으니 할머니와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까지. 이 공간에는 가족돌봄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속마음이 담겨있었습니다.
Part 4. 가족을 돌보는 아이들을 위한 변화의 시작 '우리는 (가족돌봄아동)입니다'
“가족을 돌보는 우리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저 또한 할머니를 돌봐드리는 게 당연하다고만 생각했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 본 적은 없습니다.
그저 기특한 아이이자 착한 아이였던 거죠.
사진전을 본 여러분들이 우리의 목소리에 어떻게 응답해 주실지 궁금합니다.
가족을 돌보는 우리를 이제는 사회가 돌봐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가족돌봄아동 작가의 이야기 中
지금까지 가족돌봄아동의 사진과 글을 보며 우리 사회에 숨겨져 있던 이들의 삶에 조금 가까이 다가갔을 것입니다. 이 공간은 전시회를 관람한 관객들이 가족돌봄아동을 위한 변화에 함께하는 공간으로 구성됐습니다.
가족돌봄아동 지원법안 마련에 앞장서겠다는 국회의원 11명의 약속 메시지와 이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응원 메시지가 차곡차곡 모였습니다.
가족돌봄아동을 지원하는 사회로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모인 이 시간, 가족돌봄아동을 향한 변화의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가족돌봄아동을 위한 국회의원&시민 참여 부스
먼 대전에서 사진전을 보러 온 가족돌봄아동의 관람 소감을 전합니다.
“사진전을 보니까 좀 슬퍼요.
나만 이렇게 사는 줄 알았는데 돌봄하고 있는 아이들이 이렇게 많다니.
오늘 국회의원님이 우리와 함께해주시겠다고 약속해주셨어요.
앞으로 법이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초록우산은 정부와 국회가 이제는 가족의 이름으로 돌봄의 부담과 책임의 무게를 떠안고 있는 아이들을 소외시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발의된 법안이 제정으로 이어지고 실태조사와 촘촘한 지원제도가 마련되기까지 정부와 국회의 노력 그리고 국민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가족돌봄아동이 또래 친구들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때까지, 초록우산의 옹호활동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