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와 닮은 르완다의 시골 마을, 바숨바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는 아프리카 르완다의 고산지대 산골짜기 마을, ‘바숨바’에 왔습니다. 수 천년 전 화산이 폭발해서 만들어진 이 마을 곳곳에는 구멍이 송송 뚫린 현무암이 보이고, 마을 뒤 산속에는 고릴라가 살고 있습니다. 가지런히 쌓인 돌담을 보고 있자면 여기가 제주도인지 르완다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가정 어린이집 가는 길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서 4시간 떨어진 이 작고 아름다운 시골마을에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0-5세 영유아 시기 개입의 중요성을 믿습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처음 바숨바 마을을 찾았을 때, 이곳에는 0-5세의 영유아들이 700여 명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교육이나 보육 서비스를 받고 있는 영유아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농사를 짓고 있는 바숨바 주민
바숨바 마을의 주민들은 대부분 자급자족으로 농사를 지어서 생활을 합니다. 이른 아침 부모가 밭일을 하러 나가면 아이들은 집에 혼자 남겨지기 일쑤였습니다. 집에는 밥을 챙겨줄 사람이 없고, 고른 영양 섭취를 위한 다양한 식재료도 부족해 제때 영양섭취를 하지 못한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그 결과로 10명 중 약 4명의 아이들은 영양실조 상태였습니다.
영유아기에 적절한 교육/보육 서비스를 받지 못해 신체, 정서 발달이 덜 된 채로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 아이들은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워했습니다. 게다가 학교생활을 위해 필요한 교복, 책, 학용품 등을 마련할 돈이 없는 부모의 경제적 어려움까지 더해져 결국 초등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영유아기의 적절한 발달은 한 사람의 평생을 결정지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바숨바 마을의 아이들이 더욱 건강한 영유아 시기를 보낼 수 있도록 후원자님들과 함께 지난 3년 간 24개의 가정 어린이집을 만들었습니다.
단 한 명도 제외되는 아이가 없도록!
바숨바 마을 은 총 6개의 구역으로 나뉩니다. 이 지역에 사는 700여 명의 아이들 중 단 한 명도 교육받지 못하는 아이가 없도록 마을에 있는 가정집을 활용하여 어린이집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바숨바 마을에서 수 차례에 걸쳐 진행한 ‘부모 교육’을 통해 주민들은 영유아 교육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지역주민들이 오전에는 자신의 공간을 어린이집으로 내어주겠다고 자원했습니다.
신중하게 위치를 고려해 선별된 24개 가정집에는 화장실과 부엌, 물탱크와 함께 어린이집 활동에 필요한 장난감과 교구 등을 지원했습니다. 이렇게 바숨바 마을에 24개의 가정 어린이집이 생겼습니다.
빗물을 저장해서 쓰는 물탱크 지원
가정 어린이집 교구 지원
우리 마을엔 엄마 선생님이 있어요!
공간이 확보되었으니, 아이들을 잘 돌보고 가르칠 어린이집 선생님이 필요했지만, 산골짜기 시골 바숨바 마을까지 오시겠다는 선생님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직접 개발한 영유아 교육 매뉴얼을 가지고 바숨바 마을에 사는 부모들을 가정 어린이집 교사로 양성했습니다.
영유아 교육 매뉴얼을 들고 있는 르완다 파트너 기관 RCR 대표 벤자민 무수후케와
국제개발협력2본부 박진이 대리
“저는 가정 어린이집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 총 22번의 수업을 들었고, 이 수업 덕분에 좋은 선생님이 되는 법 뿐만 아니라, 우리 딸과 아들을 잘 돌보는 법도 배우게 되었어요. 특히 영양실조가 한 아이의 미래를 망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저희 4살된 둘째 딸도 가정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어요. 이곳에서 아이들에게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바숨바 마을 가정 어린이집 조지안 선생님
이미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이제 아이들은 아침마다 좋은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는 가정 어린이집에 모입니다. 부모님들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준 후 안심하고 밭에 일을 하러 갈 수 있습니다.
가정 어린이집에서 노래를 배우는 아동
가정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은 노래도 배우고, 글자 읽는 법과 숫자 세는 법도 배웁니다. 놀이 시간에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소근육도 발달시킵니다. 친구들과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는 법도 자연스럽게 배우지요.
하루 중 무엇보다 아이들이 기다리는 시간은 ‘영양죽’을 먹는 점심시간입니다. 아이들이 열심히 수업을 듣는 동안 부모 봉사자들은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곡물가루로 아이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영양죽을 만듭니다.
호로록호로록. 영양죽을 참 맛있게 먹는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습니다. 설탕을 넣어 달콤한 맛이 나는 게 아이들이 딱 좋아할 맛입니다.
영양죽을 먹는 가정 어린이집 아이들
바숨바 마을에 가정 어린이집이 생긴지 벌써 4년 차, 이미 변화는 일어나고 있습니다. 가정 어린이집을 졸업해 초등학교에 진학한 아이들은 학업 성취도도 높아, 반에서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바숨바 마을의 24개 가정 어린이집에서는 매해 자랑스러운 졸업자가 배출될 것입니다. 바숨바 아이들의 미래는 아이들의 티 없는 웃음만큼이나 밝습니다.
영유아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캠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