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하게
후원해 주신 소중한 마음들을
투명하고 정직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동네에 이상한 건물이 생겼습니다.
몇 날 며칠, 몇 달이고 공사를 이어가더니
높게 쳐진 펜스를 걷어내고 나자
그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건물의 벽도, 천장도 문도 모두 투명해서 마치 텅 빈 것 같기도 했고,
혹은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유리로 지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신기한 건물 이야기는 동네로 퍼져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건물은 동네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각지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온 여행객들로 인해
매일 주변이 북적거렸습니다.
밤이 되면 허공에 전구를 매단 것처럼
각 층에 불빛이 반짝였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건물 밖으로 빗방울이
튕겨 나가는 걸 볼 수 있었고,
눈이 내리는 날은 투명한 건물 지붕으로
흰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었습니다.
건물에 눈이 덮이자 천장이
둥근 우산 모양이라는 걸 알 수 있었죠.
건물 안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습니다.
엄마가 병으로 일찍 돌아가시고 할머니와 둘이 사는 현지,
누구보다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이 어려워진 동현이,
반쯤 내려앉은 지붕이 위태로운 집에서
할아버지와 동생들과 사는 승우.
건물 밖으로 나올 때는 모두 초록색 우산을
하나씩 머리에 쓰고 있었습니다.
건물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은
아이들 손에 들려 나오는 초록색 우산이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궁금증은 금세 해소되었죠.
공기처럼 투명한 건물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한눈에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건물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도움을 준 이들에게
편지를 쓰고 서류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후원자와 손을 잡는 모습
역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후원금이 어디에 쓰였고 어떻게 쓰였는지
마지막 숫자 하나까지 건물 밖 사람들은
세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믿음직스러운걸"
건물을 구경하러 온 이들은 집으로 돌아가
투명한 건물로 초록색 우산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건물의 둥근 천장은 점차 초록색 우산이
가득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건물 밖으로 나오는 아이들이 모두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투명한 건물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건물은 물처럼 맑으니까요.
글 오서연